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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폼 자는 폼이 자유분방하달까. 마음에 든다.
자유로운 영혼, 불편한 진실 <사람 풍경> 한 살 반부터 외가에서 살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어 엄마가 나를 데려가기 위해 외가에 왔을 때의 일이라고 했다. 막 일곱 살이 된 나는 엄마가 온다는 사실을 안 순간 신발도 신지 않고 단숨에 집 밖으로 달려 나가더라고 했다. 그 길로 3백미터쯤 떨어진 작은 외가 집으로 달려가 곧바로 그 집 안방으로 뛰어 들어갔다고 했다. (...) 이불 밑으로까지 몸을 숨기더라고 했다. 작은 외할머니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잡으러 왔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김형경 내게도 또렷한 유년의 삽화가 하나 있다. 하굣길, 언제나처럼 단짝 친구 나영이네 집으로 향했다. 어느 때처럼 나영이 엄마는 나영이를 안고 만지고 극진히 살폈다. 대충 가방을 내려놓고 집 앞 놀이터로 나와 한참을 놀았고, 나영이는 이제 집에..
죽음을 변주한 러브스토리 <백년해로외전> 짧은 영화로 긴 여운을 주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참신함이다.(라고 생각한다.) 짧게는 3분에서 20분 내외의 단편영화가 장르든 이야기의 구성이든 코미디적 요소든 장편(상업) 영화의 고집(스타일)을 따르다 보면 쉽사리 식상해 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본 단편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길지만) 은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과 영리한 배우들이 빛을 낸 참신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여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한 남자(이종필)의 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변해 가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반면 여자친구(김예리)는 죽은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밝고 명쾌한 어조로 인생의 결정적 순간들을 마치 인터뷰에 응하듯 대답한다. 남은 자는 질질 짜지만 떠난 자는 쿨하다. 둘의 자세가 ..
I feel enough 부산과는 어떠한 연고도 없는데 왠지 이 도시에 가면 그리운 옛사랑과 마주하는 기분이다. 아마도 스무 살 무렵부터 부산영화제에 들락거린 향수 때문이 아닐까. 영화 그리고 바다. 맛좋은 회와 인심 좋은 사람들이 반겨주는 곳. 그곳을 지난 토요일 당일치기 출장차 다녀왔다. 짧은 시간 안에 도시의 끝과 끝을 들르느라 햄버거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었지만 국제시장 골목에서 마주친 계란빵 덕분에 아쉬움은 없다. 이게 바로 그... Enough.
경계도시2, 의심스런 15세 관람가 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쯤 이른 감이 있다면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때쯤 이분법의 선악 구조 말고도 여러 가치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쯤. 아마도 열 살. 열한 살쯤 2010년에 엄마를 놀라게 한 이 영화를 꼭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지난 주, 한 시사회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몇몇은 눈시울을 붉힌 홍형숙 감독의 의 감동이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자리해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가. 영화를 본 뒤 스스로에게 여러차례 질문도 던져본다. 이념과 신념, 경계인에 대한 그간 미처 진지해지지 못했던 주제들이 가깝게 다가와 살갗을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 . 놀라운 건 가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영상물을 ..
1년의 휴가 꿈이 아니길, 셰익스피어 배케이션 라마라는 동물은 내게 1957년 뉴욕의 타임 스퀘어에 나타났다가 도시의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나머지 황급히 택시를 타고 제 고향 안데스의 고산지대로 귀향한 후 도시에 나타나지 않는 신비롭고 비현실적인 생명체 같은 것이었다. 인지 모라스 라는 매그넘 사진작가 중 가장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인 사진을 찍었던 여성 작가가 있는데, 그녀의 사진을 통해 라마라는 동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은 나처럼 이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터이다. 김경의 .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여유롭고 호기롭게 미지의 땅 곳곳을 밟을 수 있을까. 언제쯤 나도 그녀처럼 다시는 서울로 돌아오지 않으리란 뜨거운 각오를(다시 돌아오게 되더라도) 가슴 깊이 품을수 있을까. 패션잡지 기자로, 또 칼럼리스트로 잘 나가던 커리어우먼은 여행지 선택..
발꼬락 뜯어먹는데 재밌네? <이웃집 좀비> 개봉을 앞둔 는 신선한 충격이다. 유독 '좀비' 영화만을 피해온 영화 편식인임에도 이 영화가 좋은 이유는, 영화 안팎으로 포진한 여러 특별함 때문이다. 우선, 2천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된 웰메이드라는 점. 홍영두, 장윤정 감독(부부)의 살림집 옥탑방에서 만들어진 영리한 ‘하우스무비’라는 점, 충무로 영화현장에서 조감독, 제작팀, 배우, 분장팀으로 만난 네 명의 영화꾼이 의기투합해 이룬 결과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어느 한국영화에서도 보기 드믄 창의적인 제작시스템, 거기에 열정과 우정을 더해 탄생한 좀비영화는 좀비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취향조차도 단숨에 바꿔버렸다. 의 오영두, 홍영근, 류훈, 장윤정 감독 영화는 소스라치게 놀라 소리를 빽 지르기다가도 낄낄 웃게 되고, 어느새 코끝이 찡해 오는 걸..
신생아실에서 조리개를 열다 (물)깊을 심(深)자, ‘심도’를 카메라 용어로 이해하기 시작한 지난 주. 평소 자주 봐온 배경이 포커스 아웃 된 사진이 즉, 심도가 얕은 사진이란 걸 알게 됐다. 비로소, P모드와 Auto모드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절하는 M모두를 다룬 첫날. 사진의 주인공이 특별해서 인지 모르지만, 처음으로 심도를 염두에 두고 찍은 사진이 꽤 마음에 든다. 사진 속 주인공은 태어난 지 1주일 된 조카 밤토리다. 조리개를 f1.8(최대)로 열고 피사체와 최대한 가까운 거리를 위지하기 위해 무릎을 꿇었다. [심도에 영향을 주는 인자] 1. 조리개가 열릴수록 심도가 얕다. 2. 렌즈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심도가 얕다. 3. 렌즈가 망원일수록 심도가 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