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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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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거기 있는 거 ​ "나무 풀 계절의 변화 늘 거기 있는 거. 가족 친구처럼 내 삶의 전부인 사람들. 아침 새소리 햇살 늘 거기 있지만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들. 그런 것들이 즐거움의 대상이 되면 행복하겠구나. 나이듦이라는 것은 늘 거기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즐거운 것들을 점점 더 많이 만들어가는 거구나." 새소리에 눈을 떠 뒤척이다가 뒤적뒤적 ... 잠을 깊이 못자서 피곤한데 오늘 아침은 어제와 또 다르다.
꽃 피우기로 해 ​ 2016. 2. 7. 기대된다 어떤 일들이 기다릴지 더 깊게 단단하게 내린 뿌리로 잦은 바람도 견디고 소담한 꽃도 피우자 ​
Monday New Year ​ 2016. 2. 7. 다시 올 한해 우리의 행복과 건강 나의 옳음과 확신이 단단해 지길 빈다. ​
실패를 걷는다 ​ 누리는 많은 것이 있음을 잊고 살다가 하나 두 개 혹은 거의 대부분을 잃어버리면 비로소 안다. 고마웠다는 걸. 시한부처럼 한 달을 살았다. 기꺼운 마음으로 참여하지 못한 순간마저 마치 미래가 된 내가 과거의 날 바라보듯 아련한 기분이 돼 따뜻한 태도로 임했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기에. 모든 순간 삶의 마지막을 염두한다면 지금보다 더 따뜻할 수 있겠지. 처한 상황마다 다른 자세를 취하는 나에게 실망하면서도 지금의 '잃는' 경험이 약이 되겠다 싶어 그냥 둔다. 어떤 경험도 그것이 실패라면 더 값지다. 나는 지금 실패를 걷고 있다.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 죽었어도 10번은 더 죽었겠다." " 그대로 앉아서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의 엔딩 크레딧이 끝날무렵 짧은 감상평을 나눴다. 156분 동안 불안하게 다리를 떨던 그와 잦은 탄성을 내지른 나의 감흥은 강 하나를 사이에 둔 듯 멀었다. 영화를 복수극에 방점을 찍어 봤다면 빈약한 서사에 불만족스러울 것이고, 곰과 사투를 벌이는 스펙타클한 장면에 매료됐다면 짜릿한 쾌감의 팝콘무비로 만족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와 같이, 한 인간의 빼어난 세계관에 넋을 잃고 휘청일 것이다. 영화는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아비(글래스)가 아들을 죽인 철천지 원수를 복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 남는다는 줄거리다. 복수극이란 단순한 줄거리가 영화의 약점으로 꼽히는데 난 좀 다르게 봤다. 이냐리투 감독의 전략일지도 모..
버림과 키움 ​ ​ ​"10년. 저는 많은 것을 잃고 또 많은 것을 버렸습니다. 버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은 서운한 일입니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보면 버린다는 것은 상추를 솎아내는, 더 큰 것을 키우는 손길이기도 할 것입니다." ​
한라산의 감동 '겨울왕국'을 보았다 ​ ​ ​ ​ ​ ​ ​ ​ ​ ​ 2016년 1월 15일. Real ‘겨울왕국’을 보았다. 설경을 기대했지만 기대 이상일 줄이야. 한라산 윗세오름까지는 두 번이 전부인데 평소 산과 친하지 않은 내 눈에도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해 더 자주 오겠다고 다짐하게 되더라. 연례 행사가 되면 좋겠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함께 자주 걷고 싶다. 문득 산을 잘 모르는 주제지만, 산을 타는 일이란 기꺼이 고통을 견디기 위함이 아닐까, 고통에 익숙해 지기 위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을 좋아하기란 스스로 낮추어 ‘겸손’하지 않으면 어렵겠다고. 오르막을 걷다가 걷다가 보면 한없이 작고 나약한 나와 마주하게 되는데 결국 날 이끌고 가는 건 정신과 의지이지 않나. 초라한 네 모습을 보고 이 고통을 감내하라는 산의..
새겨듣는 일 흔치않은 일 2015. 9. London 새겨 드는 일이 흔치 않아 졌다. 그건 내 안의 '잣대'가 덩치를 키워서 일 거다. 들리는 얘기들에게 넌 틀려, 넌 맞고, 넌 집어치울래 따위의 판단이 쏟아진다. 내 가슴을 때리는 말과 치침이 되는 가르침... 방향타가 되어줄 조언 하나 구하기 어렵다. 모두 다 나 때문이다. '내가 틀렸구나. 맞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았구나. 저 사람 실속없는 줄 알았더니 나보다 더 나은 분이구나. 나도 몰랐던 걸 알고 있구나.' 굳건하다고 믿은 판단, 결정들이 산산이 조각 나는 순간이 잦아져야 한다. 자꾸 고개를 치켜 드는 내 안의 '에고'가 고개를 숙이도록. 나란 인간이 너와 닿을 만큼 확장될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훈련해 놓지 않으면 꼰대가 돼 주변인을 괴롭히고 더 나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