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170) 썸네일형 리스트형 새겨듣는 일 흔치않은 일 2015. 9. London 새겨 드는 일이 흔치 않아 졌다. 그건 내 안의 '잣대'가 덩치를 키워서 일 거다. 들리는 얘기들에게 넌 틀려, 넌 맞고, 넌 집어치울래 따위의 판단이 쏟아진다. 내 가슴을 때리는 말과 치침이 되는 가르침... 방향타가 되어줄 조언 하나 구하기 어렵다. 모두 다 나 때문이다. '내가 틀렸구나. 맞다고 생각했는데 잘못 알았구나. 저 사람 실속없는 줄 알았더니 나보다 더 나은 분이구나. 나도 몰랐던 걸 알고 있구나.' 굳건하다고 믿은 판단, 결정들이 산산이 조각 나는 순간이 잦아져야 한다. 자꾸 고개를 치켜 드는 내 안의 '에고'가 고개를 숙이도록. 나란 인간이 너와 닿을 만큼 확장될 유일한 길일 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훈련해 놓지 않으면 꼰대가 돼 주변인을 괴롭히고 더 나이가 .. 배탈 울 아들... 한번씩 배가 아프면 오열과 구토로 이어진다. 아마 3-4살때부터 수시로 그랬다. 대신 아파줄 수 없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가 징징 거리면 몸도 힘들고 때론 화도 난다. 어제도 아프다길래 부리나케 갔더니 울고 있다. 얼른 안고 집으로 가는데 달리는 차 안에서 오열하다 구토했다. 그리곤 소강상태. 다행이다 싶었는데 새벽 4시경에 깨 다시 아프다며 울었다. 오랜만에 재미난 꿈을 꾸고 있던 차라 아쉬웠지만 일어나 간호했다. 아이란 특히 아플 때 고작 나란 존재를 세상의 전부 쯤으로 여긴다. 엄마 엄마 목놓아 쉼 없이 부른다. 겨우 나인데... 널 낳아서 세상의 전부가 되는 경험을 한다는 생각이 이어지더라. 난 왜 이리 엄마인 내 모습에 자신이 없는걸까. 복잡한 마음에도 묵직한 책임감이 올라와 따뜻한.. 잊혀진 것처럼 지내고 있었다 잊혔을리 없다. 기대도 않는다. 다만 요즘 잠잠했다. 마음으로 전하는 침묵의 안부도 꿈속의 조우도 뜸했다. 잊혀진 것처럼 잊은 채 지냈다. 충분한 기억으로 남았음이 얼마나 다행이냐는, 여행집의 한 구절을 읽다 그만 또 떠올렸다. 그렇게 밤을 지새면 안 될 것 같아 애써 뒤척여 애써 선 잠에 들다 깼다. 평소와는 다르게 무심히 켠 라디오에서 함께 듣던 노래가 흘렀다. 겸험의 '기억'이란 존재보다 강하다. 더 나은 나였다면 그만큼 아픈 엔딩은 피했을텐데. 그리움과 아쉬움은 추억과 같은 말. 절절했던 그 시간의 보상은 기억 뿐일까. 마법에 걸린듯 취하는 술 언제부터 모히또의 마법에 걸렸을까. 아마 난... 왠지 모를 먼 타국의 생경한 이름에 끌려 첫눈에 후한 점수를 주었고, 달콤쌉사름한 맛에 전부를 내 주었는지 모른다. 그리곤 그저 모히또라면 좋아서 마시고 또 마셨다. 최근 서글서글한 백주부가 흑설탕을 큰 스푼 담아 깻잎과 레몬을 으깨 소주와 사이다를 섞어 만든 모히또를 소개했다. 그 뒤로 내 머리가 푹 담겨도 넉넉하게 남을 만한 우리 집 유리 대접엔 깻잎 모히또가 제조 돼 있다. 가짜 모히또도 제법 그 맛이 괜찮다. 1930년대 남미 쿠바의 칵테일바 메뉴판에 처음 그 이름이 소개됐다는 모히또는, 당시 쓰인 'mojo'가 어원이 된다. '마법에 걸린 듯'이란 뜻의 'mojo' 에서 마법에 걸린 듯 취하는 술 'mojito'로 변신한 셈이다. 기쁨과 광란이 .. 까만 터널 신발을 내리 바꿔 신으며 시간을 끄는 아이를 애써 인자하게 바라봤다. 바쁜 아침시간이라 항상 서두르는데 그럴수록 애와 투닥투닥하게 되길래 참을 인자를 새기고 또 새기고... 다행히 잘 넘긴다 싶었는데 ... 시동을 켠 뒤 곧바로 사달이 벌어졌다. 흙놀이 때문인지 오톨도톨한 아이의 손등이 걱정돼 로션을 발라주마 했는데 단호하게 싫다길래 아이의 손등을 툭툭 내리 치며 소리쳤다. 그게 뭐 그리 힘들길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너 손 가려울까봐 발라 준다는 거잖아! 일부러 엄마 힘들게 하려고 그러는 거지! 금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아이에게 지지 않고 더 세차게 달려들었다. 다시는 챙겨주나 봐! 걸핏하면 하는 협박. 두려움에 떨던 눈빛은 조금씩 분노로 초점을 잃고 먼 땅을 응시한다. 나도 알고 있다. 저.....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은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에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 것임을 또한 나는 배.. 놓는 법 2014. 5. newyork 아이폰 6 플러스. 100만원에 샀다. 아직 잔금을 17개월 더 부워야 완전히 내 것이 되는데 어제로 액정을 세 번째 깨먹었다. 수리비만 40만원이 넘는다. 다행히 앞 두 차례는 월 4700원씩 부은 보험 덕분에 자기 부담금 8만원 정도로 해결했다. 이번엔 안된다. 보험 보장액이 바닥났다. 사설업체 수리비용은 27만원. 귀찮으면 침대 위에 휙 던졌다 성가시면 가방에 훅 넣었다 하는 고가의 애물단지. 요놈이 내 속을 또 긁는다. 띠디딩딩디디딩 허겁지겁 꺼내보니 내 전화가 아니었다. 무심히 도로 넣는데... 가방 주머니에 쏙 들어가야 하는데... 가방과 바지 그 사이로 떨어진다. 시멘트 바닥에 닿자마자 기대보다 훨씬 연약한 액정이 산산이 조각난다. 지난 후회라면 치를 떠는 내가.. 채식 김밥 2014. 6. Newyork Green Market 채식 김밥을 싸보았다. 아가 유치원 선생님 파릇파릇의 청초함의 비결은 채식이었나보다. 계란도 먹지 않는다니 비건에 가까운 강경파다. 늦은 밤 부랴부랴 멸치는 드시는지 여쭙고 다행히 아주 잘 먹는다는 답을 들은 터. 그녀를 위해, 그녀의 김밥에는 당근 시금치 단무지와 함께 청량고추와 칼칼하게 볶아진 멸치를 다져 넣었다. 그 맛이 일품이다. 덕분에 나 역시 채식 김밥으로 점심을 떼웠다. 이게 실은 별 게 아닌데, 누군가를 위해 내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모아 만들어 건네니 기쁨이 된다. 그저 도시락일 뿐인데 말이다. 아침 잠시간 두어시간 쪼개 김밥 몇줄 더 마는 일을 경험할 때마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만족감이 오른다. (이 말은 곧 평소에 타인에게 무심 했..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