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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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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브랜드가 실패한 이유 <프로세스 이코노미>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일고 알게 된 두 가지 나의 첫 브랜드가 빠르게 힘을 잃은 이유를 대라면 열 가지도 넘게 부를 수 있지만. 이 책 를 읽고 알게 된 건 두 가지. 하나, 가진 자원보다 더 크게 모아 시작한 것. 둘, 허용 가능한 실패 범위를 뾰족하게 세우지 않은 것. 가장 후회하는 건 성공을 의심하지 않고 서두른 것. 결국, 나의 무모함과 실력 없음으로 축약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포자기하길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어쩐지 엉망으로 헝클어지는 일에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더라. "지금 가진 자원에서부터 시작하라" p 95 내 두 번째 브랜드 초록댄서 스튜디오는 “지금 가진 것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로 다시 시작했다. 뭘 알고 선택한 건 아니고 비우면서 쫓기다 보니 지. 금. 할. 수. 있. 는...
2024년 44살 되고 27살 산다 (-17) 올해 44살이 된다. 작년 나라에서 발표한 중위(중간위치) 나이가 45살이란다. 30년 전에는 28살이었으니, 그 사이 평균 수명이 17년 늘어난 셈이다. 이 기준으로 나는 올해 27살. 마음의 소란과 작별하기로 나에게는 나이도 계절도 날씨도 미세먼지도 코로나도 일상을 흔드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게 무심하게 구는 건 잘하는 편이니. 대신 마음의 소란한 말들을 따르는 오랜 습관이 있다. 마음에게 복종적인 삶이었달까. 올해는 정든 소란과 작별하기로. 27살 나는, 첫 직장을 떠나 영화사로 일자리를 옮겼는데 인생 마지막이 될 중차대한 결정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다. 서른도 전에 마지막을 운운했다니 우습지만, 당시만 해도 20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런 지난 양..
빛과 빚 울 아빠가 여든 살이 된다. 엄빠 집에 들러 모시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로 한 날이다. 엄빠는 이미 코트까지 걸치고 섰는데 약속 2시간 30분 전이다. 엄마, 지금 출발하면 일러. 조금 천천히 나서자. 그래 알았어. 아침은 먹었니? 순식간에 된장국과 두 종류의 폭 익은 김치와 콩자반과 구운 김과 양념장이 차려진다. 뭐 줄 게 없네. 엄마 충분해. 진짜 맛있어. 엄빠는 거의 뛰어다니면서 반찬을 꺼내고 생강차를 타주고 따뜻한 물을 내주고 …. 아, 시간을 거스를 수 있구나. 과거 그대로를 경험하는 신비 체험 같다. 이만큼 고맙게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아빠 내 마음에 아빠는 60살 정도 같아. 근데 벌써 80이 되셨어요. 그러게 말이다. 아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중에 언..
23년 12월 매해 일기 23. 12월 31일. #1. 마흔 셋, 죽고 싶고 살고 싶은 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듯이 죽자 하다 살자 했다. 원래 좀 뻥카가 있는 편이라 말이 연극적이고 원하는 상을 태도로도 연출하는 나지만, 스스럼없고 자유한 척 하다가도 곧잘 죽음을 떠올렸다. 이 말인즉, 아무리 서툴고 엉망인 날 미워하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안락한 자리를 내주지 않고 나와 대치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우울을 관통하다가 어쩌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알게 되었고. 죽음을 꺼내보는 인간은 미운 나를 마주하는 고통체, 연약한 상태일텐데 싶어 그의 실재 죽음이 멀지 않게 아파서 자꾸 눈물이 난다. #2. 배움의 시작, 예슬과 고은을 만나다. 예슬은 시카고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다가 코로나로 얼결에 한국으로 돌아온 나의 바이올린 선..
슬아가 슬아 되다, 끝내주는 인생 일간 이슬아를 구독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슬아 인스타그램에서 행보를 지켜보던 시절이었다. 어? 얘 뭐야? 하면서 들여다보게 됐었다. 키치 한 무드로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였다. 촌스러워서 획기적이었다. 난 획기적인 걸 좋아하니까. 획기적 (劃期的) 어떤 과정이나 분야에서 전혀 새로운 시기를 열어 놓을 만큼 뚜렷이 구분되는 것. 슬아를 한 해 두 해 지켜보다가 특유의 성적 매력을 흘리는 묘한 끼가 읽혀서 살짝 피곤했다. 매일의 글을 보내고 때로 정중하게 마감이 늦어졌음을 알리거나 그 밖의 양해를 구하는 글들이 똑 부러지고 예의를 다한 태도였지만 마음 쓰지 말아 달라는 당부 같아서 마음 두길 멈추었다. 다시 한 해 두 해가 흘렀다. 이젠 내 주변에 슬아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최근 그의 경향신문 칼럼을 읽고 ..
엄마의 손편지 #1. 기대라는 사랑 꿈을 펼쳐라 일과 사랑을 잘 꾸려라 건강을 보살펴라 능력있는 여성으로 살아가라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라 다 잘될거야 . 엄마의 손편지를 받고 까매졌다. 기대와 바람의 말들의 나열 사랑인지 알면서도 내 마음에 들여 놓을 자리가 없다. 기대의 말을 사랑으로 듣고 자랐다. 응원가 같은 긍정의 말들이지만 기대는 불충분한 상태를 거울로 비춘다는 걸 이미 알게 된, 마흔의 나다. 기대의 말로 사랑을 받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까지 더디다. 배운대로 기대의 말로 사랑을 하느라 늘 불충분한 것에게 먹이를 줬다. 지금이 나의 꿈이고 이미 이뤘고 이대로 괜찮고 그대로 충분하다는 ... 사랑 ... 이 글은 엄마를 원망하는 글이 아니다. 나란 아이가 자라 이 부족한 사랑을 사는 구나 발견한 결정적 순간의 ..
고잉홈 프로젝트, 손열음의 춤과 빛 손열음은 하이힐을 신고 무대 계단을 총총 뛰듯 걷는다. 건강한 사람의 발걸음. 온몸으로 들썩이는 때로 후둑 물 흐르듯 손 끝까지 힘을 놓고 떨어트린다. 그의 연주는 춤이다. 아름답다. 건강한 사람의 빛. 나는 여기 분들이 숨까지 맞추는 정성을 듣는다. 현과 현이 공기 안에서 부딪히고 울리고 번지는 섬세한 감각을 알아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볼 때면 늘 저 모습이 우리 팀이고 내 리더십이라면 ... 우와 우와 원한다. 때로 눈을 감고 한분 한분의 몰입이 만드는 눈이 질끈 감기는 쨍한 에너지 너머로 훌쩍 던져지는 상상을 한다. 그 기분이 호화스럽다. 2년째 고잉홈 프로젝트. 낯익은 연주자들을 꾹꾹 눈에 담고 반가운 마음 인사를 보낸다. '그대로'라는 키워드에 '감사'라는 의미를 붙인다.
꼬마의 하루, 나의 슬픔과 행복 잠에서 덜 깬 꼬물거리는 꼬마를 가만히 카메라에 담은 아침. 이 고요와 평화의 아침이 허락된 데에 감사와 상실을 가지는 날들이 이어지는구나. "꼭 와야돼! 꼭 와야 돼!" 수차례 약속을 받아내는 너. 이런 날마다 엄마의 부재로 부족했을 마음들이 합창하듯 항의하듯 소리치는 것 같다. 꼬마의 조급하고 간절한 약속의 말들 앞에서 헝클어졌을 네 지난 마음을 읽는다. 내가 제일 잘하는, 상쾌한 페르소나를 유지하면서 쿨하게 대답해 주기. 꼭꼭! 갈 거야! 걱정 마! (사랑해, 사랑해.) 행사 시작하기 2분 전. 역시 우리의 약속 시간보다 20분이나 늦었다. 아니나 다를까, 고개가 빠지도록 날 찾는 꼬마에게 뒷자리 멀리서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면서 인사를 보낸다. 그제야 안심한 듯, 세상 전부의 사랑을 준 훌륭한 엄마..